남계서원(蘫溪書院) 제문
원주(院主) 양원(梁榞)ㆍ강유징(姜有徵)ㆍ임진일(林震逸)
황하와 오악의 신령함과 / 河嶽之靈
황금과 벽옥의 진귀함이 / 金璧之珍
시기에 응해 탄생시켜서 / 應期篤生
나라에 충신이 있게 했네 / 國有藎臣
유도한 때나 무도한 때나 / 有道無道
그 지조 화살처럼 곧더니 / 如矢其操
한 번 인륜을 부지하려다가 / 一扶彝倫
십 년간 섬에서 귀양살았네 / 十暑孤島
밝은 시대를 만나게 되어서 / 遭逢淸化
임금이 빨리 오라 불러들이니 / 王曰遄歸
사헌부의 직임을 맡아보면서 / 出入臺府
임금의 잘못을 잊지 않고 간했네 / 不忘君違
시대가 위태롭자 뜻이 열렬해져 / 時危志烈
붉은 충정 더욱더 견고한지라 / 丹悃彌固
임금이 욕되면 신하는 죽는 법 / 主辱臣死
흰 칼로 찔러 자결을 결행했네 / 白刃可蹈
빛나고 빛나는 크나큰 절개는 / 煌煌大節
신에게 물어도 부끄러움 없어 / 質神無愧
우리 유학을 장구하게 하였고 / 長我儒宮
우리 사류에 모범이 되었다네 / 式我士類
명성을 위해 자결함이 아니고 / 不行阿好
공이 평소에 닦은 마음이거늘 / 迺公素畜
비난의 말이 어찌나 분분한지 / 唇舌何紛
배척함에 여력을 두지 않았네 / 擠不遺力
공은 듣지 못하는 사람처럼 / 公爲不聞
홀로 도와 더불어 노닐면서 / 獨與道遊
송균의 지절을 지키려는 듯 / 庶保松筠
노년을 임천에서 보내었다네 / 送老林邱
하늘은 어찌 원로를 버려서 / 天胡不憖
말이 갑자기 놀랐단 말인가 / 櫪馬俄驚
몸은 기성과 미성을 탈 것이고 / 身騎箕尾
기운은 번개와 우레로 응결되리 / 氣結雷霆
시귀가 홀연히 사라지게 되니 / 蓍龜忽喪
의심나는 것을 어디에 물으며 / 稽疑何憑
대들보가 갑자기 꺾이게 되니 / 棟樑遽摧
큰 집을 누가 지탱할 것인가 / 支廈誰能
시대를 위해 근심하던 뜻과 / 憂世之志
성군으로 만들려 한 절조가 / 致君之節
하나의 관목에 거두어졌으니 / 戢于一木
우리는 오랑캐가 되지 않을까 / 吾其披髮
돌아보건대 우리 제생들은 / 顧我諸生
일찍부터 곁에서 모셨더니 / 早陪杖舃
우리를 천하게 여기지 않고 / 不我愚賤
좌우로 정성껏 이끌어 주셨네 / 左提右誘
공의 은혜를 온몸으로 입으며 / 沐公恩波
공께서 장수하시길 바랐더니 / 冀公遐壽
겨우 칠순을 넘긴 수명이야 / 纔踰七旬
어찌 그 덕에 걸맞다 하리오 / 豈云稱德
애통함이 사문을 에워싸니 / 慟纏斯文
누가 부지하고 누가 부식할까 / 誰扶誰植
슬픔은 몽매한 후학에게 깊나니 / 悲深蒙學
누구를 의지하고 누구를 믿을까 / 孰依孰恃
성대한 세상의 우뚝한 표상과 / 瑞世異表
시대를 바로잡는 중한 그릇이 / 匡時重器
이제 본원으로 돌아가 버렸으니 / 一擲玄牝
깊은 밤은 다시 밝기 어려우리 / 厚夜難曙
상여가 곧 엄숙히 갖추어지니 / 柳車載肅
머물지 못하고 떠나야 한다네 / 不留不處
한 잔 술과 두 줄기 눈물로써 / 一杯雙淚
구천으로 영원히 작별하나니 / 九原千秋
영령은 기꺼이 흠향할지어다 / 靈其屑歆
정성으로써 제물을 삼았다오 / 誠以爲羞
(출전 동계집 속집 제2권)
[주1]임금의 …… 간했네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환공(桓公) 2년 조의 “임금이 어긋난 일을 하면 덕으로 간쟁하기를 잊지 않았다.[君違 不忘諫之以德]”라고 한 말을 차용하였다.
[주2]말이 …… 말인가 : 현인이 세상을 떠남을 이른다. 북송(北宋)의 어진 재상 한기(韓琦)가 세상을 떠나기 전날 저녁에 큰 별이 고을 치소(治所)에 떨어져서 마구간의 말들이 모두 놀랐다고 한다. 《四庫全書 史部 編年類 宋史全文 卷12上》
[주3]몸은 …… 것이고 : 죽은 뒤에 몸이 별이 됨을 이른다. 은(殷)나라 고종(高宗)의 재상인 부열(傅說)이 죽은 뒤에 기성(箕星)과 미성(尾星)을 타고 하늘에 올라 별이 되었다고 한다. 《莊子 大宗師》
남계서원(灆溪書院)의 상향문(常享文)
굳세고 큰 기운 타고났고 / 剛大之氣
학문으로 문채를 더하였네 / 文之以學
충성스런 절개에 격동되어 / 忠節所激
떳떳한 인륜이 부식되었네 / 彝倫迺植
이웃 고을도 향기를 입어 / 傍隣薰挹
경모함이 모두 마찬가지니 / 敬慕僉同
우리 지방 선비를 사랑하여 / 惠我邦士
영원 무궁토록 이르소서 / 昭格無窮
(출전 : 동계집 속집 제3권)
남계서원(灆溪書院) 제문
대들보가 한 번 무너지니 / 樑木一頹
우리의 도가 쇠퇴하리라 / 吾道衰矣
대상의 시기 다시 이르매 / 祥朞再臨
위의 있는 모습 멀어지니 / 儀形邈矣
아아 애통하도다 / 嗚呼痛哉
무릇 우리의 선비들은 / 凡我士類
누구를 우러르며 의지할까 / 焉仰焉依
소자들이 이곳으로 달려와 / 小子來斯
서로 마주하여 통곡하나니 / 相向而慟
아아 애통하도다 / 嗚呼痛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