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 수산
율정설(栗亭說)
<담암 백문보>
윤상군초복택어곤강지양 택동서율림조밀 인구옥왈율정 금우소서이신구택 율림유번언
( 尹相君初卜宅於坤岡之陽宅東西栗林稠密因構屋曰栗亭今又少西而新購宅栗林愈蕃焉)
상국 윤택(尹澤)군이 처음 곤강 남녘 둔턱에 집터를 마련하였다. 집 주변에 밤나무가 주밀하여 거기에다가 가옥을 짓고 이름을 율정이라 하였다. 지금은 또 조금 서편에 새로이 집을 샀는데 밤나무 숲이 더욱 무성하였다.
성거한식율 윤공구택즉유율시취 상위여왈 춘즉지소 상영어화훼 하즉엽밀 가게호기음
(城居罕植栗尹公購宅卽惟栗是取嘗謂予曰春卽枝疎相映於花卉 夏卽葉密可憩乎其陰)
성안에 있는 주택에서는 밤나무를 심는 사람이 적은데 윤공은 집터를 구할 때마다 오직 밤나무 있는 곳을 선택하였으니 일찌기 나에게 말하기를 "봄에는 가지가 성성하여 가지 사이로 꽃이 서로 비치고 여름에는 잎이 우거져 그늘에서 놀 수가 있으며
*추즉실미 족충어오구 동즉방추 통소호오돌 오시용취율언 여왈화취조수유습동기상구
(秋卽實美足充於吾口冬卽房墜通燒乎吾돌 吾是用取栗焉余曰火就燥水流濕同氣相求)
가을에는 밤이 맛이 들어 내가 맛있게 먹을 수 있고 겨울에는 밤송이를 모아 아궁이에 불을 뗀다네. 나는 이러해서 밤나무를 좋아하지" 하였다. 나는 말하기를 "불은 마른 것에 잘 붙고 물은 습기가 축축한 곳으로 잘 흐르는 것은 성격이 비슷한 것 끼리 서로 찾아가는 것이니 * 돌(土+突:아궁이 돌)
이고필연 개기소상즉물아지무문 유부득불연자하야 천지지간 초목지생 균시일기
(理固必然蓋其所尙卽物我之無問有不得不然者何也天地之間草木之生均是一氣)
이치에 있어 반드시 그러한 것이네". 대저 그 숭상하는 바가 같으면 물건이나 내가 다른 것이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어찌해서 그러하냐 하면 하늘과 땅 사이에 풀과 나무가 생기는 것이 모두 한 기운으로 되는 것이다.
연기근묘화실 유난이선후지불일 독시율최후어만물지생 재심난장 이장즉이장엽심지발
(葉其根苗花實有難易先後之不一獨是栗最後於萬物之生栽甚難長而長卽易壯甚遲發)
그러나 그 뿌리, 싹, 꽃, 열매가 어려운 것, 쉬운 것, 일찍 되는 것, 늦게 되는 것이 일정하지 않고 다만 이 밤은 모든 식물보다 가장 늦게 나는 것이며 그것을 심지만 키우기는 어려운데 그러나 자라기만 하면 쉽게 왕성하게 자라고 잎은 매우 늦게 피지만
이발즉이음 화심만개 이개즉이성 실심후결 이결즉이수 개기위물이유휴영 겸익지리의
(而發卽易蔭花甚晩開而開卽易盛實甚後結而結卽易收蓋其爲物而有虧盈謙益之理矣)
피기만 하면 곧 그늘을 쉽게 만든다. 꽃이 매우 늦게 피지만 피기만 하면 곧 왕성하며 열매가매우 늦게 열리지만 맺기만 하면 곧 쉽게 수확할 수 있다. 대저 그것은 식물로서 부족함과 과잉, 결점과 유리한 점의 이치가 있는 것이다.
윤공여여동년등과 년이삼십유여 이유사십 시점일명 인개이위만 이공취사우근
(尹公與予同年登科年已三十有餘而踰四十始霑一命人皆以爲晩而公就仕尤謹)
윤공은 나와 같은 해에 급제하였는데 그 때의 나이가 30여 세였다. 그러다가 사십 세가 넘어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관직에 나아감으로 사람들은 모두 늦었다고 하였으나 공은 직무에 더욱 근신하며 충실히 하였다.
급지우어선군지대용 일일구천 등현위작사명 부대교유이울호기달의 기소립자선난
(及知遇於先君之大用一日九遷登顯位作司命不待矯유而蔚乎其達矣其所立者先難)
그러다가 임금께서 공을 먼저 알아보시고 크게 등용함의 은덕을 입었는데 하루 동안에 아홉 번을 승진하여 대신의 지위에 이르렀으니 이것은 별로 손질을 아니하였는데도 울창하게 자라 뻗은 나무와 같다. 그 입신 하는 바가 처음은 어려웠지만 * 유(手+柔:부빌유. 바로잡을 유. 순할 유)
이기소취자후이 개유동어시율지화실 여청이리유 부초목지구토 기맹심이탁지탁즉아아이지
(而其所就者後易蓋有同於是栗之花實余請以理喩夫草木之句土其萌深而坼遲坼卽芽芽而枝)
그 성취하는 바가 나중에는 쉽게 된 것이니 대저 이 밤나무의 꽃과 열매와 같음이 있다. 나는 이치로 설명하려고 한다. 무릇 식물의 뿌리가 흙에 묻혀있을 때 그 싹이 깊으면 터져 올라옴이 늦다. 터져 올라오면 곧 눈이 트고 눈이 트면 곧 가지가 생겨
필성호간의 수천지영과 기출점이기류지 지즉애애이연 필달호해의 고기지필장이속야
(必成乎幹矣水泉之盈科其出漸而其流止止卽匯匯而淵必達乎海矣故其遲必將以速也)
반드시 줄기를 이룬다. 샘물이 웅덩이에 차 있으면 그것이 조금씩 흘러나오다가 그 흐름이 멈추면 물이 고이고 고인 물은 못이 되고 반드시 바다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연고로 그 더딤은 장차 빨리 되려는 것이다.
기지필장의속야 즉휴가이영겸가이익자 역하이재 가격기일물이질언 역족이관인지소상
(其止必將以達也卽虧可以盈謙可以益者亦何異哉可格其一物而質焉亦足以觀人之所尙)
그 중지함은 장차 끝까지 도달하려는 것이다. 즉 부족함은 과함이며 결점은 유리하게 됨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한 가지 물건에 대하여 이것을 가히 실증할 수 있는 것이다. 역시나 사람이 숭상하는 바를 관찰하게 되는 것이니
즉화조수습 물아지무간자 부득불연의 연즉공지영달즉율지생장 이율지수장즉공지권서
(卽火燥水濕物我之無間者不得不然矣然卽公之榮達卽栗之生長而栗之收藏卽公之卷舒)
곧 불은 건조하고 물은 습하니 물건이나 나와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 모두 그렇지 않음이 없다.
그런즉 공이 출세하여 영화로운 것은 밤의 생장과 같은 것이며 밤을 수확하여 갈무리함은 공이 은퇴함과 같은 것이다.
기장야유보세지도언 기장야유양생지용언 여어시정 고표기리이위지설
(其長也有輔世之道焉其藏也有養生之用焉余於是亭故表其理而爲之說)
그 생장함에는 세상을 유익하게 함이 있고 그 갈무리함에는 자신의 건강을 보호하는 작용이 있다. 나는 이 정자에 대하여 이런 연고로 그 이치를 들어 설을 지어 나타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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