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이 창건한 도산서당과 농운정사를 모체로 그의 제자와 유림들이 세운 도산서원. 문화재청은 최근 도산서원 등 9개 서원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했다.
대구·경북 지역의 서원 5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최근 등재됐다.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과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병산서원, 대구 달성군의 도동서원 등 5곳이다. 전국적으로는 서원 9곳(나머지는 남계·필암·돈암·무성 서원)이 잠정 선정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은 세계적 가치가 있는 유산에 대해 충분한 연구와 자료 축적을 통해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도록 하기 위한 예비목록이다. 세계유산 신청 최소 1년 전까지 이 잠정목록에 등재돼야 신청자격이 주어진다.
경북도는 앞으로 국가브랜드위원회·문화재청과 함께 각 서원에 대한 정밀조사를 거쳐 신청서가 완성되면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2014년쯤 최종 결정된다.
소수서원은 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안향을 제향하기 위해 건립한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옥산서원은 성리학자 이언적을 기리는 곳으로 1573년 건립됐으며, 도산서원은 이황이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 1574년 창건한 도산서당과 농운정사를 모체로 이황의 사후에 제자와 유림이 세운 건물이다. 병산서원은 1613년 극적인 자연경관에 어우러져 세워졌다. 또 도동서원은 1605년 건립된 가장 규범적인 서원 건축으로 통한다.
세계문화유산 등재 실무를 맡고 있는 한국서원연합회 상무이사인 예문관 박성진(53) 대표로부터 그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서원이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됐다. 어떤 의미가 있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열을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다. 우리 교육열은 이제 세계가 인정한다. 그 핵심은 교육제도다. 서원은 역사적으로 그 중심에 있었다. 서원은 사립 대학이다. 사학 전통은 고구려 경당까지 거슬러올라간다. 서원을 한국의 교육기관으로서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전국적으로 몇 곳이 있나.
“서원은 조선 세종 때 설치가 시작됐다. 소수서원은 나라가 인정하는 첫 사립학교인 사액서원이 됐다. 대원군 때는 서원이 전국적으로 700여 곳에 이르렀다. 서원은 교육은 물론 지역 여론의 중심 역할을 했지만, 당쟁의 중심이 되는 등 일부 폐해도 생겨났다. 급기야 대원군은 47곳만 두고 전국의 서원을 모두 철폐시켰다. 일제 강점기 아래서 서원은 다시 본래 기능을 회복했다. 현재 남한에 670여 곳이 남아 있다.”
-이번에 등재된 서원 9곳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나.
“ 국가가 사적지로 지정한 9곳을 우선 등재했다. 모두 훼철된 적이 없고 원형을 비교적 잘 간직한 곳이다. 그러다 보니 이이와 조식을 배향한 자운서원과 덕천서원 등이 빠지게 됐다. 앞으로 대상을 늘릴 계획이다.”
-세계문화유산이 되면 지금과 어떻게 달라지나.
“세계문화유산이 되면 첫째 의무가 보존이다. 고증을 거쳐 원형 복원에 힘 쏟을 것이다. 도산서원은 박정희 대통령 때 중건 과정서 진입로 등이 훼손됐다. 소수서원은 경내에 본래 없던 충효당이 들어서 다른 건물을 압도한다. 보존을 위한 통일된 관리 지침도 마련해야 할 것같다.”